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의 『하나님의 선교』(The Mission of God)는 2006년 초판 출간 이후 선교적 해석학(missional hermeneutics)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습니다. 초판 출간 19년 만에 나온 개정판에서 저자는 그간 제기된 비판들에 응답하기 위해 두 개의 새로운 장을 추가했습니다.
1. 8장: 선택과 대체주의(Election and Supersessionism)
8장은 라이트의 선교적 성경 해석이 '대체주의'(supersessionism) 즉, 교회가 이스라엘을 대체했다는 신학으로 귀결된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되었습니다. 라이트가 성경 전체를 하나님의 선교라는 하나의 '거대 서사'(grand narrative)로 읽으면서, 이스라엘의 선택을 모든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더 넓은 목적 안에서 이해할 때, 이것이 유대인의 선택을 무효화하거나 그들을 '도구'로만 취급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R. 켄달 솔렌(R. Kendall Soulen)은 라이트가 이스라엘의 선택을 ‘가차 없이 도구적’(remorselessly instrumental)으로만 이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도구화는 하나님의 사랑 개념과 양립 불가능하며, 유대인을 예수에게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폐기했다는 대체주의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라이트는 이스라엘에 대한 야웨의 유일무이한 사랑을 부정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의 의도는 그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선교적 의미에 주목하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라이트는 사랑과 도구성 사이의 긴장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예수 자신이 아버지와의 상호 사랑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아버지의 뜻을 성취하기 위해 왔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영원한 사랑과 선교적 목적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라이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지지를 이사야서의 ‘종’(Servant) 본문들에서 찾습니다. 이 본문들은 야웨의 영원한 선택적 사랑에 대한 명시적 확언(사 41:8-10 등)과 목적적 사명에 대한 명확한 표현(사 42:2-4 등)을 결합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종(이스라엘)은 사랑받고 선택된 존재이면서, 동시에 열방에 정의와 구원을 가져오는 사명을 가진 존재입니다.
한편, 콜린 코넬(Collin Cornell)은 성경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는 극적 패러다임(dramatic paradigm)이 내재적으로 '폐기'(무용화, obsolescence)를 야기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서사가 그리스도 안에서 완결되면 이스라엘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어 폐기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라이트는 성경 자체가 ‘적절한 폐기’와 ‘부적절한 폐기’를 구분한다고 응답합니다. 물리적 성막과 성전은 폐기되지만, 메시아의 몸과 하나님의 백성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은 결코 폐기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이사야서의 종은 그 사명을 완수한 후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높이 들려 지극히 존귀하게” 됩니다(사 52:13).
라이트는 대체주의를 “유대인이 더 이상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이 아니라는 믿음”으로 정의하고 이를 전적으로 거부합니다. 로마서 9-11장에서 바울은 아직 믿지 않는 유대인들도 “택하심으로 하면 조상들로 말미암아 사랑을 입은 자”이며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다”(롬 11:28-29)고 확언합니다. 하나님의 약속 성취가 이스라엘의 선택을 종료시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라이트는 에드윈 판 드릴(Edwin Chr. van Driel)의 전택설적 기독론(supralapsarian Christology)을 차용하여 결론적 관점을 제시합니다. 하나님은 영원 전부터 성육신하시려 계획하셨고, 성육신은 그것이 일어날 백성 이스라엘의 선택을 필연적으로 요구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선택은 그리스도의 선택과 분리될 수 없으며, 그리스도의 성육신이 영원한 것처럼 이스라엘의 선택도 취소 불가능합니다.
2. 13장: 복음 중심의 총체적(통전적) 선교(Gospel-Centered Integral Mission)
13장은 라이트의 총체적 선교 이해, 즉 복음 전도와 사회적 차원을 분리 불가능하게 함께 묶는 관점이 인간의 타락, 신적 심판, 영원한 멸망이라는 영적 현실에 대한 강조가 불충분하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총체적 선교'(integral mission)는 성경에 뿌리를 둔 선교를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하나의 전체적이고 상호연결된 응답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미가 네트워크(Micah Network)의 선언문에 따르면, 총체적 선교는 복음의 선포와 시연(the proclamation and demonstration of the gospel)입니다. 우리의 선포는 사회적 영향을 만들고, 우리의 사회 참여는 복음 전도의 결실을 가져옵니다.
라이트는 신약의 복음 전도 명령이 구약의 정의 명령을 폐기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희생 제도나 정결 규례는은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기에 더 이상 지키지 않지만, 사회경제적 정의, 궁핍한 자에 대한 긍휼에 관한 구약의 메시지가 잠정적이거나 폐기 가능하다는 암시는 전혀 없습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이 율법의 핵심 관심사인 “정의와 긍휼과 믿음”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셨습니다(마 23:23-24).
또한 라이트는 '예수님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셨다'는 주장을 반박합니다. 당시에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자체가 그가 정치 권력에 위협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가르침과 행동은 사회의 경계와 금기를 넘어 기존 질서를 전복시켰고, '예수는 주님'이라는 고백은 '카이사르가 주님'이라는 로마의 정치적 신조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라이트는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선교 신학은 그 핵심에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가 보기에 하나님의 구속적 목적의 모든 차원은 십자가로 귀결됩니다. 죄책을 다루시고(사 53:6), 악의 세력을 패배시키시며(골 2:15), 죽음을 파괴하시고(히 2:14), 원수된 장벽을 제거하셔서(엡 2:14-16), 온 창조세계를 화해시키는(골 1:20) 일이 모두 십자가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그는 주장합니다.
따라서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에 대한 완전한 성경적 이해는 개인의 죄에 대한 용서를 훨씬 넘어섭니다. 복음은 온 창조세계를 위한 좋은 소식입니다. 이 더 넓은 차원을 지적하는 것은 개인 구원의 복음을 희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완전한 성경적 맥락 안에 놓는 것이라고 라이트는 말합니다.
그러나 복음에 대한 이러한 넓은 정의는 복음 전도의 우선성(primacy of evangelism)이라는 주장과 마찰을 일으켜 왔습니다. 라이트는 이를 타개하고자 '복음 전도의 궁극성'(ultimacy of evangelism)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립니다. ‘우선성’이라는 표현은 다른 모든 것이 이차적이라는 암시를 주기에, 복음 전도만이 유일한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오해하게 만들기 쉽다고 그는 말합니다. 반면 '궁극성'은 그 결과에 주목합니다.
라이트는 선교가 항상 복음 전도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매우 긴급하거나 명백한 필요가 있다면, 어떤 것도 선교의 적절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신 일, 곧 복음을 어떤 형태로든 증거하는 것을 포함하지 않는 선교는 그 과업을 완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것은 통전적 선교가 아니라 결함 있는 선교입니다".
따라서 라이트는 '복음의 중심성'(centrality of the gospel)을 선호합니다. 이 표현은 하나님의 선교의 우선성을 보존합니다. 복음은 '하나님의 복음' 또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입니다. 복음은 하나님이 누구시고 하나님이 무엇을 하셨는지에 대한 좋은 소식입니다. 반면 복음 전도는 우리가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 중심이기 위해서는 복음이 중심이 되어야며, 전도를 선교의 중심으로 삼는 것은 사실상 우리를 중심에 두는 것이라고 그는 비판합니다.
한편, 총체적 선교는 어느 한 개인의 책임이 될 수 없다고 라이트는 말합니다. 하나님의 선교는 광대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교회를 부르신 이유입니다. 개인들은 각자 부르심받은 영역에서 선교에 참여하지만, 교회 전체가 하나님의 구속의 전체성을 반영하고 증거해야 합니다. 로잔 운동의 표어대로, “온 교회가 온 복음을 온 세계에” 전해야 합니다.
이상으로 『하나님의 선교』 개정판에서 새로 추가된 두 장의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8장에서 라이트는 자신의 선교적 성경 해석이 대체주의로 귀결된다는 비판에 대응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과 선교적 목적이 상호 배타적이지 않음을 논증합니다. 라이트의 논의는 현대 서구 학계의 비판에 대한 충실한 응답이라 할 수 있으며 한국 독자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구약과 신약 성경을 하나의 책으로, 통일성을 강조하면 읽을 때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민감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은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거대 서사의 폭력성이라는 포스트모던의 인식에 대한 민감성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13장에서는 총체적 선교가 영적 현실을 경시한다는 비판에 대응하며, 십자가의 중심성을 강조하고 '복음 전도의 우선성'보다 '복음의 중심성'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복음이냐 빵이냐"라는 복음 전도 우선성 문제는 선교계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는 주요한 논쟁 중 하나입니다. 라이트가 말하는 '복음 전도 궁극성', '복음 중심성'이 생각만큼 근래 현장에서 잘 수용/설득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줍니다. 부디 라이트의 개정판이 우리 모두의 복음/선교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라고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