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급 수준의 주석으로서 원문 주해에 강점이 있다. 한글판을 기준으로 약 1,120쪽에 이른다. 데이비드 갈랜드는 보수적 복음주의 입장에서 누가복음을 주해한다. 학자들의 논의도 충분히 포함되지만 주로 각주에서 다루며, 본문에서는 성경 본문 자체의 분석에 집중한다. 각 단락은 전후 문맥으로 시작하여 구조(개요)를 제시하고 본문을 주해한 뒤 ‘적용에서의 신학’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NIV 적용주석처럼 ‘너무 실제적’(too practical)이지 않은 이 섹션이 좋다. 갈랜드는 본문 주해에서 발견한 중요한 내용을 선별하여 단순히 어휘나 문법적 논의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큰 신학적 주제로 한 단계 발전시킨다. 주해 부분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다 마친 다음 적용 부분에서는 그저 본문과 주제상으로만 연결되는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본문 주해 자체는 어휘와 문장 구조를 중심으로 매우 세밀하게 이루어진다. 책의 분량에 비해 서론은 한글판 기준 23쪽으로 짧은 편이다. 저자와 자료, 누가-행전의 장르, 연대, 기원, 독자, 저술 목적 등을 간단하게 다루지만, 쉬운 말로 핵심을 잘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주요 학자들의 주장도 설명하기 때문에 누가복음 서론의 흐름을 잡기에는 충분하다. 본문 주해가 끝난 뒤에는 약 10쪽에 걸쳐 누가복음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도 정리한다. 헬라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목회자와 신학생에게 딱 맞는 주석이다. 특히 강해설교나 시리즈 강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딱이다. 쉽지만 깊이감이 있고 학자들의 논쟁은 필요한 만큼만 다룬다. 한마디로 중급 주석의 최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원어 본문 연구 중심의 균형 잡힌 탁월한 주석이다.
The Gospel according to Luke(PNTC)
저자: James R. Edwards / 2015
책의 두께에 비해 서론은 비교적 짧다(한글판 기준 약 27쪽). 저자, 기록 시기와 장소, 자료 같은 기본적인 서론적 문제들을 다루지만 두 가지 독특하고 흥미로운 내용도 포함한다. 첫째는 초기 기독교 문헌에 나타난 누가복음이고, 둘째는 이단자 마르키온(Marcion)의 누가복음이다. 마르키온은 다른 복음서들을 제쳐두고 누가복음을 선택하면서도 내용 일부를 제거하여 자신의 복음서로 사용했는데, 에드워즈는 약 네 페이지에 걸쳐 이 마르키온판 누가복음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다. 본문 주해는 각 단락의 서론에 이어 한 절 또는 2-3절씩 묶어 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필요한 경우 ‘보론’을 통해 중요한 개념이나 주제를 둘러싼 학자들의 논의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9:51-11:31의 보론에서는 9:51부터 시작되는 누가복음의 중심부가 ‘여행 내러티브’(travel narrative)로 불리게 된 연원을 설명하고, ‘여정’과 ‘길’이라는 메타포를 중심으로 이를 구원의 길로서 예수님의 선교라는 관점에서 정리한다. 깊이 있게 본문을 주해하면서도 목회적인 성격을 잃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갈랜드의 ZECNT와 더불어 또 하나의 ‘꽉 찬’ 중급 수준의 주석이다. 다만 헬라어 본문을 분석하는 집요함에서는 갈랜드가 앞서는 반면, 에드워즈는 좀 더 목회자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경 본문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설교와 성경공부를 준비하는 목회자가 곁에 두고 참고하기에 좋은, 주해적 깊이와 목회적 성격이 균형을 이룬 중상급 수준의 좋은 주석이다.
Luke(NIVAC)
저자: Darrell L. Bock / 1996
이 주석은 대럴 복이 세 번째로 쓴 누가복음 주석이다. 첫 번째는 복의 대표작이자 분량과 내용 면에서 누가복음 주석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두 권짜리 BECNT 주석(1994, 1996)이고, 두 번째는 정반대로 매우 간결하고 실용적인 IVP 주석(1994)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이 NIV 적용주석이다. 서문에서 복은 본문의 역사적 의미인 ‘원래의 의미’(Original Meaning)를 제외한 절반가량을 ‘상황 잇기’(Bridging Contexts)와 ‘현대적 의미’(Contemporary Significance)에 할애했으며, 특히 신학적 함의에서 현재적 적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밝힌다. 하지만 NIV 적용주석 시리즈의 이러한 삼중 구조는 장점이면서 때로는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한다. 종종 ‘상황 잇기’와 ‘현대적 의미’가 ‘원래의 의미’와 따로 놀기도 하고, 두 부분이 서로 겹쳐서 왜 굳이 구조적으로 나누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누가복음 서론은 약 20쪽으로 매우 간단하며, ‘왜 누가복음을 읽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누가복음의 구성과 구조, 오늘날의 중요성을 다룬다. 본문은 소단락별로 삼중 구조를 따라 주해하며, 앞선 BECNT에서 제시했던 (1) 어린 시절 내러티브, (2) 사역을 위한 준비, (3) 갈릴리 사역, (4) 예루살렘으로의 여행, (5) 예루살렘이라는 오중 구조를 그대로 사용한다. 중금수준의 실용적 주석임에도 한글판 기준으로 약 830쪽에 이르는 두꺼운 주석이지만 누가복음의 분량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누가복음 주석을 세 번째로 쓰는 누가 연구의 대가가 자신의 방대한 연구에서 핵심만을 뽑아 알기 쉽게 주해하고, 그 의미를 오늘날 어떻게 연결하고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쓴 책이다. 다만 복은 특히 뒤의 두 단계(‘상황 잇기’와 ‘현대적 의미’)에 공을 들였다고 했지만, 이 시리즈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원래의 의미’에서는 복이 선별한 핵심적인 주해를 충실하게 읽고, 나머지 두 부분에서는 빠르게 읽으면서 필요한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통찰을 선별하여 활용하는 것이 이 주석을 사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두꺼운 벽돌책 두 권으로 이루어진 BECNT에서 복이 말하는 핵심을 한 권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다. ‘원래의 의미’는 핵심이 압축적으로 잘 살아 있으므로 간편하게 참고하고, 뒤의 두 단계에 대한 부분은 선별적으로 활용하면 되는 유용하고 실용적인 중급 수준의 주석이다.
Luke(old TNTC)
저자: Leon Morris / 1974
리들리 칼리지 학장을 지낸 호주의 복음주의 신약학자 레온 모리스가 쓴 중급 수준의 주석이다. 이 책은 2022년 니콜라스 페린(Nicholas Perrin)의 주석으로 대체되기까지 오랜 시간 목회자들에게 사랑받았다. 각 단락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시작하여 절별 혹은 2-3절씩 본문을 주해하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각주는 많지 않으며, 서론에서는 학자들의 견해를 어느 정도 소개하지만 본문 주해에서는 대부분의 논의가 본문 안에서 이루어진다. 주해는 헬라어 본문의 어휘를 중심으로 한 해설이 주를 이루며 단순하고 명료하다. 서론은 약 70쪽으로 제법 충실하다. ‘저자’와 ‘연대’ 같은 일반적인 서론적 이슈뿐 아니라 ‘신학자 누가’라는 항목에서 누가복음의 여러 신학적 주제들을 제시하며, 공관복음서 문제와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의 관계까지 다룬다. 지난 세대의 복음주의 학자가 쓴 고전적인 주석답게 주해에는 설교적인 특징이 있어서 읽다 보면 은혜를 받게 된다. 다만 이제는 이 주석을 대체할 만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좀 더 세밀한 원문 분석을 원한다면 갈랜드의 ZECNT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간단명료한 주해라면 슈라이너의 ESV 해설주석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누가복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면 최근에 출간된 다른 주석들을 먼저 살펴본 후 필요에 따라 참고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난 한 세대 동안 복음주의 목회자들에게 사랑받았던, 본문 중심의 고전적인 중급 수준 주석이라는 이 책의 가치는 여전히 인정할 만하다.
Luke(Interpretation)
저자: Fred B. Craddock / 1990
크래독은 저명한 설교학자이다. 그는 신약학자가 아닌 설교학자로서 이 주석을 썼으며, 따라서 신약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주석을 쓰는 방식으로 책을 전개하지 않는다. 실제로 크래독은 ‘서론’에서부터 이 책이 설교학자의 주석임을 분명히 밝힌다. 저자, 독자, 연대, 저술 목적과 같은 일반적인 서론적 문제들도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이유인즉 누가복음은 저자인 누가가 자신의 서문(1:1-4)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신 크래독은 설교자로서의 누가를 개관하고, 사도행전과 누가복음의 관계, 다른 복음서들 가운데 누가복음이 차지하는 위치를 다룬 뒤 이 책의 실제적인 사용법을 제시한다. 먼저 성경 본문을 충분히 묵상한 뒤 자신의 해설을 읽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면 참고문헌에 제시된 누가복음 주석과 관련 단행본을 참고하라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절별로 자세한 주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한다. 결국 저자 자신이 말한 대로 이 책은 설교자가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이며, 본격적인 주해가 필요하다면 다른 주석을 참고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을 알고 사용법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기억하라. 이 책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석’이 아니다. 누가복음을 본문으로 설교하는 설교자를 위한 누가복음 ‘설교 가이드북’이다.누가복음의 내러티브 흐름을 살려가는 해설을 따라가면서 곳곳에서 탁월한 설교학자가 던지는 설교적 통찰을 얻으면 될 것이다.
The Gospel of Luke(old NICNT)
저자: Norval Geldenhuys / 1951
원서는 1951년에 출판되었으며, 이후 조엘 그린(Joel B. Green)의 주석으로 대체된 NICNT 구판이다. 레온 모리스의 구판 TNTC와 마찬가지로 지난 세대의 고전적인 복음주의 주석이라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주해의 본문만 읽다 보면 모리스의 주석보다 더 은혜롭게 느껴진다. 주해라기보다는 설교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주해적 분석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어휘적 분석을 비롯한 자세한 논의는 대부분 미주에서 따로 다루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누가복음 내러티브의 흐름을 따라 부드럽고 설교적인 해설을 전개하고, 미주에서는 헬라어 단어와 어구에 대한 어휘적 설명과 관련 학자들의 견해를 다룬다. 특히 헬라어를 음역을 병기하지 않고 헬라어만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헬라어 지식을 가진 독자를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설교적인 본문 해설과 헬라어 본문에 대한 기술적인 분석을 의도적으로 분리해 놓은 주석인 셈이다. 오늘날에는 이 주석을 대신할 만한 주석들이 많이 출간되었기에 먼저 펼쳐볼 책은 아니다. 최근의 주석들을 충분히 검토한 뒤 그저 참고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세대의 복음주의 누가복음 연구와 설교를 책임졌던 고전적인 주석으로서 그 가치는 인정할 만하다. 지난 세대를 책임졌던 고전적 주석에 경의를 표한다.
II. 학문적 주석
Luke 1:1-9:50; Luke 9:51-24:53(BECNT)
저자: Darrell L. Bock / 1994, 1996
고급 수준의 누가복음 주석 가운데 탁월하면서도 가장 균형감 있는 주석이라 할 수 있다. 대럴 복은 세 권의 누가복음 주석을 쓴 누가복음 전문가이며, 이 주석에는 그의 오랜 누가복음 연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론은 한글판 기준 약 70쪽으로, 일반적으로 복음서 서론에서 다루는 항목들을 모두 포괄하며 각각의 논의도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복은 누가복음을 (1) 서두와 어린 시절 내러티브, (2) 사역을 위한 준비, (3) 갈릴리 사역, (4) 예루살렘으로의 여행, (5) 예루살렘이라는 오중 구조로 나누며, 누가복음의 신학은 (1) 하나님의 계획, (2) 기독론과 구원, (3) 새로운 공동체(교회)라는 세 가지로 설명한다. 이처럼 복의 서론은 기본에 충실한 표준적인 서론이다. 다만 누가복음의 신학을 좀 더 자세히 연구하려면 아래(III. 단행본/기타 자료)에서 소개하는 그의 A Theology of Luke and Acts(『누가신학』)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문 주해는 BECNT의 일반적인 구성을 따라 단락의 서론에 이어 절별로 진행되지만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 각 단락의 서론 다음에 ‘자료의 원천 및 사건들의 역사적 사실성’(Sources and Historicity)이라는 항목을 두어 자료 문제와 역사적 사실성을 진지하게 다룬다(비평적 문제에 관심을 끈 그린의 NICNT 주석과 대조적이다). 둘째, 단락 마지막에는 ‘요약’(Summary)을 제시하여 앞선 논의를 정리한다. 복은 헬라어 원문의 문법적·어휘적 분석과 관련 학자들의 논의를 폭넓게 다루면서도 고급 수준의 논의를 쉽게 풀어낸다. 이 주석의 가장 큰 강점은 이러한 균형감이다. 복음주의적 입장을 분명히 유지하면서도 역사비평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원문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기존 학자들과 폭넓게 대화하며, 학문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처음 눈으로 보게 되면 압도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피츠마이어의 앵커바이블보다도 더 두꺼운 벽돌책 두 권이기 때문이다(한글판 1권 1,391쪽, 2권 1,519쪽). 그러나 누가복음 전문가가 그간 축적한 연구를 총동원하여 저술한 평생의 역작임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분량이나 내용의 깊이에서 이 책을 뛰어넘을 주석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카슨은 이 주석에 누가복음 주석 가운데 ‘최고의 자리’(pride of place)를 부여했다. 감히 단언컨대 2026년 현시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The Gospel of Luke: A Commentary on the Greek Text(NIGTC)
저자: I. Howard Marshall / 1978
NIGTC 시리즈에 속하는 고급 수준의 학문적 주석이다. 한글판은 1983-1984년에 『국제성서주석』 시리즈의 일부로 번역되었다가 오랫동안 절판되었는데, 2023년 알맹e의 『크리티카 성경주석』 시리즈로 다시 복간되었다. 복간판에는 원서 페이지와 색인(index)이 추가되어 연구용으로 사용하기가 편리해졌다. 저자인 하워드 마샬은 (신학교가 아닌) 대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학적 입장이 공존하는 영국의 신학 연구 환경 속에서 활동한 복음주의 학자로서, 자신과 다른 신학적 입장의 학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도 자신의 복음주의적 입장을 견지한다. 이러한 학문적 태도는 이 주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은 두 권인데 서론이 한글판 기준으로 대략 열 쪽에 불과하다. 마샬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누가복음은 사도행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누가복음만으로 충분한 서론을 쓰기 어렵고 여러 서론적 문제의 답을 사도행전에서 얻을 수 있다. 둘째,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E. E. 엘리스(E. E. Ellis)의 훌륭한 누가복음 서론이 이미 있다. 셋째, 앞에서 소개한 자신의 Luke: Historian and Theologian(『누가행전』)이 상당 부분 누가복음 서론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짧은 서론은 의도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본문 주해에서는 단락에 대한 간략한 설명에 이어 한 절씩 세밀하게 분석한다. 헬라어 어휘와 문법을 기본으로 사회적·역사적 배경을 함께 다루며, 학자들의 논의도 본문에서 적극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마샬이 다양한 학자들과 대화하며 자신의 해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WBC와 마찬가지로 단락별 참고문헌도 제시한다. 물론 1978년에 출간된 책이므로 참고문헌과 학문적 논의에는 불가피한 시대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출간된 지 곧 50년이 되는 지금도 연구자들이 참고하는 고급 수준의 학문적 주석이며, 누가복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중요한 책이다.
The Gospel according to Luke I-II(Anchor Bible)
저자: Joseph A. Fitzmyer / 1981, 1985
피츠마이어는 저명한 가톨릭 신약학자로서 앵커바이블 시리즈에서 이 누가복음 주석을 포함하여 모두 여섯 권을 집필했으며, 누가복음이 그의 첫 번째 주석이다. 이 주석은 역사비평적 입장에서 쓰였다. 따라서 복음주의 독자들은 연대와 자료 문제를 비롯한 여러 역사적 문제에 비평주의적 전제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의 차이와 별개로 이 주석이 보여주는 학문적 깊이는 상당하다. 무엇보다 서론부터 압도적이다. 한글판 기준 약 380쪽에 이르는 서론은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누가복음 연구의 상황, 누가와 독자, 구성, 언어 및 문체, 사본, 개요, 신학 등을 매우 자세하게 다룬다. 참고문헌도 중요한 장점이다. 서론에서부터 본문 주해에 이르기까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관련 참고문헌을 제시하여 연구의 좋은 출발점을 제공한다. 본문 주해는 각 단락에 대한 ‘해설’(Comment)에 이어 본문을 절별로 분석하는 ‘주석’(Notes)이 제시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헬라어 본문의 문법과 본문비평적 문제, 역사적·사회적 배경 등을 세밀하게 다루며, 각주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관련 논의가 본문 안에 포함되어 있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본문 해설 자체는 매우 명료하다. 카슨 역시 피츠마이어의 누가복음 주석을 학문적 깊이가 탁월하면서도 명료하고 생동감 있는 걸작으로 높이 평가했다. 누가복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면 입장의 차이(비평주의적 전제)와 상관없이 반드시 펼쳐보아야 할 고급 수준의 학문적 주석이다. 다만 분량은 압도적이다. 한글판 두 권을 합하면 약 2,647쪽에 이른다.
Luke(WBC)
저자: John Nolland / 1989, 1993
WBC 시리즈의 일반적인 구성을 따라 본문비평과 양식·구조·배경을 먼저 다루고 본문 주해를 제시한 뒤 해설(Comment)로 이어진다. 이렇게 규격화된 구조는 앞서 소개한 NIV 적용주석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 시리즈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특히 WBC는 고급 주석 가운데서도 학문적인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놀랜드의 누가복음도 예외는 아니다. 주해에서는 학자들의 논의를 폭넓게 반영하면서 본문을 세부적인 단위로 나누어 매우 세밀하게 분석한다. 이러한 방대한 분석은 이 주석을 세 권으로 만들었다. 저자인 존 놀랜드는 복음주의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역사비평적 연구의 결과에 개방적인 학자이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주해 곳곳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세례 장면(3:21-22)에서 하늘에서 들려온 말씀들이 초기 기독교의 신앙에 의해 형성된 전승이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역사적 예수에 관한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신중하게 평가한다. 요나의 표적(11:29-32)에서는 이러한 성향이 더욱 분명하다. 놀랜드는 마태복음의 요나의 사흘과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연결이 부활 이후에 발전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현재의 복음서 본문 뒤에 역사적 예수의 말씀과 이후 교회의 해석 및 전승의 발전 과정이 있었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한편 단락별 참고문헌은 특정 본문의 선행 연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서론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한글판 기준으로 ‘서론’에 이어지는 ‘보론’까지 다 포함해도 약 30쪽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놀랜드는 서론의 문제들이 본문 주해와 분리되어 확정적으로 해결되기 어렵기에 본문을 주해하면서 필요한 만큼 다루겠다고 설명한다(말끔하게 수긍이 되지는 않는다). 본문의 세밀한 분석과 폭넓은 학문적 논의, 단락별 참고문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누가복음을 학문적으로 연구한다면 본문 연구 과정에서 반드시 펼쳐보아야 할 고급 수준의 주석이다.
The Gospel of Luke(NICNT)
저자: Joel B. Green / 1997
복음서 전문가인 복음주의 신약학자 조엘 그린이 쓴 고급 수준의 주석으로, 노발 겔든휘스(Norval Geldenhuys)의 이전판을 대체했다. 당시 이 시리즈의 편집장이었던 고든 피(Gordon D. Fee)는 겔든휘스의 주석이 F. F. 브루스(F. F. Bruce)의 표현대로 비평주의적 요소에 대해 ‘건강한 회의론’을 취하는 복음주의 입장에서 쓰였다면, 그린의 주석은 그러한 비평적 이슈 자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그린은 무엇에 집중하는가? 바로 내러티브 분석이다. 이 주석에서 그린의 주된 관심은 누가가 내러티브를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따라서 헬라어 원문과 등장인물, 플롯을 비롯한 내러티브적 요소에는 상당한 에너지를 쏟지만, 기존 학자들과의 대화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다른 학자들은 대체로 그린이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거나 다른 해석을 논박할 필요가 있을 때 주로 각주에서 등장한다. 따라서 이 주석은 복음서 내러티브 연구의 전문가인 그린이 자신의 방법론을 가지고 누가복음 전체를 세밀하게 읽어냈다는 분명한 강점이 있지만, 고급 수준의 학문적 주석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기존 연구와의 폭넓은 대화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런 점에서 카슨 역시 이 주석이 방대하면서도 그 범위는 협소하고 제한적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한글판으로 약 1,154쪽에 이르는 이 책은 복음서 내러티브 분석의 세계적인 전문가가 자신의 도구를 가지고 누가복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세밀하게 분석한 독특한 고급 수준의 주석이다.
III. 단행본과 기타 자료
What Are They Saying About Luke?
저자: Mark Allan Powell / 1989
한글로는 『누가복음 신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어서 처음 보는 독자는 누가복음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산이다. 이 책이 포함된 시리즈는 한국에서 ‘21세기 신학 시리즈’로 이름 붙여졌지만, 원래 Paulist Press의 시리즈명은 What Are They Saying About ...?이다. 영문 제목이 힌트를 주듯이 이 시리즈의 목적은 해당 성경이나 주제의 신학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학자들이 ‘무엇을 말해 왔는지’를 정리하고 평가하는 데 있다. 저자인 마크 앨런 포웰은 누가-행전(Luke-Acts), 특히 서사비평(narrative criticism)으로 잘 알려진 신약학자이다(참조. 『서사비평이란 무엇인가』[한국장로교출판사]). 포웰은 저자인 누가, 누가복음의 구성, 누가 공동체의 관심들, 누가복음의 그리스도와 구원, 정치·사회적 문제들, 영적·목회적 관심사라는 여섯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관련 학자들과 저서, 주요 논의를 정리하고 평가하며, 각 영역은 다시 여러 세부적인 연구 이슈로 나뉜다. 책 마지막에는 해설이 포함된 참고문헌 목록(‘더 깊은 연구를 위하여’)도 제시한다. 게다가 매우 간결하다(한글판 기준 약 180쪽). 원서가 1989년에 출간되었으므로 1990년대 이후의 연구를 별도로 보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20세기 말까지 누가복음 연구에서 무엇이 문제가 되었고 학자들이 어떤 논의를 해왔는지를 한 권에 조망할 수 있다.그래서 나는 이 책을 누가복음 연구자들을 위한 ‘지도’와 같은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포웰은 서사비평을 연구한 학자답게 학자들의 견해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개한다(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누가복음을 연구하는 신학생과 목회자, 학자는 포웰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누가복음 연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간의 논의의 판을 읽고, 거기에서 출발하여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누가복음의 ‘신학’을 정리한 책이라기보다, 누가복음을 연구한 학자들의 그간 논의의 지형을 읽게 해주는 지도와 같은 책이다.
A Theology of Luke and Acts: God’s Promised Program, Realized for All Nations
저자: Darrell L. Bock / 2012
BTNT(Biblical Theology of the New Testament) 시리즈의 책으로서 한글 번역서는 『누가신학』이지만, 영어 원서명은 A Theology of Luke and Acts: God’s Promised Program, Realized for All Nations이다. 영문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성경신학적 접근으로 누가복음뿐만 아니라 사도행전까지 포괄한다. 성경신학적 접근이라고 하면 신약의 다른 책들과 구약과의 연속성에 집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클링크와 라킷이 『성경신학의 다섯 가지 유형』에서 제시한 대로, 달라스 신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달라스 학파’에 속하는 대럴 복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신학보다는 개별 책 혹은 누가-행전과 같이 동일한 저자의 책들 안에 흐르는 신학을 성경신학으로 정의한다. 미시적 분석을 통해 신학을 도출하는 방식이다.따라서 신약의 다른 책이나 구약과의 연결성 속에서 누가의 신학을 재구성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접근은 아니다. 그렇다고 거시적 차원의 성경신학적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복은 ‘누가-행전의 성경 사용’에서 구약과의 연결성을 분석하고(21장), ‘정경에서의 누가-행전’(22장)에서는 신약의 정경적 맥락에서 누가-행전을 조망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서론적 이슈와 구조를 다루고(1-4장), 가장 긴 2부에서는 누가-행전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장별로 다루며(5-21장), 3부는 누가와 정경 및 결론을 제시한다(22-23장). 마지막 23장에서 복은 누가신학의 여섯 가지 핵심 주제를 제시하는데, 특히 부제에서 밝힌 것처럼 하나님의 계획과 약속의 성취를 강조하며 이 신적 프로그램이 누가-행전의 내러티브를 이끌어 간다고 본다.이 책의 핵심인 2부에서는 누가-행전의 굵직한 신학적 주제들을 깊이 있게 정리한다. 복은 누가신학의 대가이다. 대가의 노련함으로 함축적으로 정리된 각 주제에 대한 그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장은 아니지만 장의 앞부분에 주석, 단행본, 소논문을 아우르는 참고문헌을 제시하여 추가 연구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여성과 가난한 자, 사회적 차원에 관심이 있다면 17장에서 복의 정리를 읽고 참고문헌을 통해 더 깊은 연구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한글판 약 550쪽으로, 누가-행전의 신학적 주제를 개인적으로 정리하거나 연구하기 위해 처음 펼쳐볼 만한 책이다. 한마디로 누가의 신학을 주제별로 잘 정리해 놓은 탁월한 참고서이다.
Luke: Historian and Theologian
저자: I. Howard Marshall / 1970
한글판은 『누가행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지만 영어 원서명은 ‘누가: 역사가와 신학자’이다. 이 책의 역자이자 마샬의 제자인 이한수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너무 전문적인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출판사에서 좀 더 일반적인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주로 신학생이나 목회자가 읽는 책이고, 무엇보다 원서명이 책의 특징을 더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대로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샬은 영국의 저명한 복음주의 신약학자로서 자신과 다른 신학적 입장의 학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복음주의적 결론을 제시했던 학자이다. 제목에 아쉬움을 표한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이 책의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먼저 마샬은 역사가로서 누가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한다. 당시 비평주의적 누가 연구에서는 누가가 초기 전승들을 자신의 신학적 목적에 따라 재구성한 신학자라는 점은 강조했지만, 그 과정에서 역사가로서의 신뢰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특히 콘첼만을 비롯한 편집비평적 연구에서는 누가의 신학적 편집과 구원사적 구성이 강조되었다. 이에 대해 마샬은 누가가 역사적 전승과 자료들을 충분히 살피고 검증하여 기록한 역사가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누가는 신학자이다. 그렇다면 신학자로서 누가의 중심적인 관심은 무엇인가? 마샬의 대답은 ‘구원’이다.그는 구원 역사(salvation history)가 아니라 구원(salvation) 자체가 누가신학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구원이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연속적인 역사 속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구원사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논의 대부분도 구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4-8장). 결국 책의 제목을 따라 말한다면, 마샬은 한편으로 누가를 신뢰할 만한 역사가로 회복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신학자로서 누가의 중심적인 관심을 ‘구원’에서 찾는다.마지막 9장에서는 이 역사가와 신학자를 종합하여 누가를 ‘복음전도자’(evangelist)로 제시한다. 책 마지막에는 누가 연구의 상황을 정리한 부록도 수록되어 있어 당시까지 저자, 역사성, 종말론, 기독론, 사회·정치적 이슈 등에 관한 주요 논의와 누가복음 주석에 대한 마샬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록은 앞에서 소개한 포웰의 『누가복음 신학』과 함께 읽으면 20세기 누가 연구의 지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70년에 출간된 오래된 책이지만, 역사가로서 누가의 위상을 회복하고 신학자로서 누가의 중심적인 관심을 ‘구원’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복음주의 누가 연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고전적인 연구서이다.
The Theology of the Gospel of Luke
저자: Joel B. Green
누가신학에 대한 복음서 전문가의 요약 정리와 같은 책이다.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은 누가의 배경이 된 세계를, 2장은 하나님의 계획, 3장은 메시아이시고 주님이신 구주 예수 그리스도, 4장은 선교와 구원, 5장은 제자도를 다룬다. 이렇게 누가복음의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을 큼직하게 장으로 구성한 뒤 세부적인 주제들을 하위 항목에서 다룬다. 예를 들어 5장 ‘제자도’에서는 기도와 찬양, 하나님 나라의 경제, 평등한 공동체(교회) 등의 주제를 다룬다. 본문은 해당 주제에 대한 그린 자신의 설명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주요 학자나 저술과의 논의는 대부분 각주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린의 책을 읽어본 독자는 알겠지만, 본문을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한글판 약 268쪽으로 분량도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마지막 6장 ‘교회 안의 누가복음’에서는 몇 가지 누가신학의 주제를 오늘의 현실에 적용한다. 다만 앞선 논의를 종합하거나 심화하는 결론이라기보다는 저자가 선택한 몇 가지 주제를 오늘의 상황과 연결하는 정도이다. 이 책은 누가신학 입문서이다. 얇고, 이해하기 쉬우며, 누가복음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도 거의 포함되어 있다. 학자들의 논의는 주로 각주에서만 다루기 때문에 누가 연구를 둘러싼 학문적 논의가 궁금하다면 앞에서 소개한 포웰의 『누가복음 신학』을 함께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복음 본문의 신학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려는 독자에게는 좋은 입문서이다. 다만 한글판은 현재 절판되어 있어 구하기가 어렵다.
The Theology of the Gospel of Luke(NTT)
저자: Benjamin L. Gladd
벤자민 글래드는 미국 리폼드신학교(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의 신약학 교수로서 최근에는 Handbook on the Gospels를 저술한 복음서 학자이다. 이 책의 부제는 ‘구유에서 태어나 왕좌에 앉은 예수’로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임하는 하나님 나라라는 책의 중요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NTT 시리즈의 형식을 따라 누가복음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다루는데, 글래드는 (1) 위대한 반전, (2) 하늘과 땅에 평화, (3) 이스라엘, 이방인, 이사야서의 종, (4) 생명의 길, (5) 마지막 아담의 승리, (6) 인자의 통치와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 (7) 희년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를 선택한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누가복음 신학의 중요한 논점들과 이에 대한 학자들의 논의를 충실하게 소개한다. 예를 들어 1장 ‘위대한 반전’에서는 마리아와 시므온의 찬양에서 예고되고 예수님의 생애에서 확인되는 전복(reversal)을 다루며, 4장 ‘생명의 길’에서는 새로운 출애굽 모티프(new exodus motif)를 다루면서 데이비드 파오(David Pao)의 논의를 소개한다. 또한 ‘희년’을 하나의 신학적 주제로 다룬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 제자도, 소외된 자들을 향한 관심과 같은 중요한 주제들이 별도의 장으로 다루어지지 않아, 누가복음 신학 전반을 골고루 보여주기보다는 저자의 관심을 따라 일곱 가지 주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쉬움은 이 책의 서론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왜 이 일곱 가지 주제를 선택했으며 각각이 어떤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하나의 누가신학을 구성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NTT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대체로 그렇게 하는데 말이다). 서론은 누가복음의 구조와 흐름을 설명하는 것으로 마치기 때문에 결국 일곱 가지 주제를 하나로 묶어 주는 ‘서론’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각각의 장은 그 자체로 충분히 유익하며, 책 전체에서 일관되게 예수님이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왕이심을 밝히는 데 집중한다. 따라서 누가복음 신학을 이 책 한 권으로 정리하기보다는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골고루 다루는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그 다음에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읽는다면 글래드가 선택한 일곱 가지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누가복음 신학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Jesus, Politics, and Society: A Study of Luke’s Gospel
저자: Richard J. Cassidy / 1978
사회적·정치적 맥락에서 누가복음을 분석한 고전적인 연구서이다. 저자인 리처드 카시디(Richard J. Cassidy)는 누가-행전의 사회·정치적 차원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온 신약학자이다. 1장에서는 신학자이자 로마제국의 역사가로서 누가를 다루고, 2-3장에서는 당시의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을 분석한다. 이어서 4장은 예수님과 정치 지도자들의 관계를, 5장은 예수님의 재판과 죽음을, 마지막 6장은 ‘예수님은 로마제국에 위협적인 존재였는가?’라는 질문을 다룬다. 부록도 상당히 풍성하여 로마의 정치적 상황과 헤롯 가문, 인구와 경제를 비롯한 사회적 상황, 유대교의 다섯 집단 등을 다룬다. 이 책에서 카시디가 논쟁하는 중요한 대상 가운데 하나는 콘첼만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해석이다. 카시디는 누가가 예수님을 로마의 정치질서에 순응적인 인물로 제시했다는 콘첼만의 해석에 반대한다. 비록 예수님은 폭력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하셨지만, 그분의 가르침과 행동은 현존하는 사회·정치적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로마제국의 관점에서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6장에서 카시디는 예수님의 비폭력적 태도를 간디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발전시킨다. 따라서 카시디가 그리는 누가복음의 예수님은 비폭력적이고 평화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기존 사회·정치적 질서에 도전하는 체제 전복적 인물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후 누가-행전의 정치적 성격을 둘러싼 논의에서 중요한 하나의 입장이 되었으며, 카시디의 주장을 중심으로 찬반 논쟁도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의 반제국주의적 읽기가 활발해지기 훨씬 전부터 누가복음을 로마제국의 사회·정치적 현실 속에서 읽어낸 선구적인 연구라 할 수 있다. 누가복음의 사회·정치적 의미를 연구한다면 여전히 확인해야 할 고전적인 책이다. 이 책이 제기한 논의의 지형에 대해서는 앞에서 소개한 포웰의 『누가복음 신학』도 함께 참고하면 좋다(한글판 119쪽을 보라). 한글판은 1983년에 『예수·정치·사회: 누가복음 연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지만 현재는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다.
Luke’s Case for Christianity
저자: R. E. O. White / 1987
누가복음의 서론과 신학을 평신도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인 화이트는 영국의 여러 지역에서 목회했고 스코틀랜드 침례신학대학에서 가르쳤던 학자로서, 글 자체가 성도를 배려하는 목회자의 강의처럼 느껴진다. 한글로는 1995년 『누가신학연구: 기독교에 대한 누가의 변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부제인 ‘기독교에 대한 누가의 변증’이 원서의 제목인 Luke’s Case for Christianity에 해당한다. 이 책은 한글 제목처럼 누가복음의 신학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저자와 독자, 누가의 서술 방식, 예루살렘을 향한 긴 여정 같은 서론적 내용과 함께 하나님 나라, 회개와 구원, 소외된 자들에 대한 관심 등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다룬다. 정리하면 우리가 통상 ‘개론’이라고 부르는 내용과 누가복음의 신학을 잘 버무린 책이며, 이 모든 내용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 바로 ‘기독교에 대한 누가의 변증’이다.특히 마지막 11장에서 화이트는 교회가 누가복음이 제시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 세상은 교회가 전하는 ‘누가의 변증’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외침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이것이 이 책의 독특성이다. 한마디로 누가복음의 서론과 신학을 ‘누가의 변증’이라는 주제로 설명한 목회자의 평신도를 위한 강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좋은 신약개론서도 많고 누가복음 신학에 대한 쉬운 책도 있지만, 30여 년 전 영국 교회를 향했던 화이트의 외침은 오늘날 한국 교회를 향해서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
누가복음 주석 개관
누가복음 주석을 목회와 설교, 학문적 연구, 단행본과 기타 자료로 나누어 살핀다.
I. 목회와 설교를 위한 주석
Luke(ZECNT)
저자: David E. Garland / 2011
중상급 수준의 주석으로서 원문 주해에 강점이 있다. 한글판을 기준으로 약 1,120쪽에 이른다. 데이비드 갈랜드는 보수적 복음주의 입장에서 누가복음을 주해한다. 학자들의 논의도 충분히 포함되지만 주로 각주에서 다루며, 본문에서는 성경 본문 자체의 분석에 집중한다. 각 단락은 전후 문맥으로 시작하여 구조(개요)를 제시하고 본문을 주해한 뒤 ‘적용에서의 신학’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NIV 적용주석처럼 ‘너무 실제적’(too practical)이지 않은 이 섹션이 좋다. 갈랜드는 본문 주해에서 발견한 중요한 내용을 선별하여 단순히 어휘나 문법적 논의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큰 신학적 주제로 한 단계 발전시킨다. 주해 부분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다 마친 다음 적용 부분에서는 그저 본문과 주제상으로만 연결되는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본문 주해 자체는 어휘와 문장 구조를 중심으로 매우 세밀하게 이루어진다. 책의 분량에 비해 서론은 한글판 기준 23쪽으로 짧은 편이다. 저자와 자료, 누가-행전의 장르, 연대, 기원, 독자, 저술 목적 등을 간단하게 다루지만, 쉬운 말로 핵심을 잘 전달하고 필요한 경우 주요 학자들의 주장도 설명하기 때문에 누가복음 서론의 흐름을 잡기에는 충분하다. 본문 주해가 끝난 뒤에는 약 10쪽에 걸쳐 누가복음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도 정리한다. 헬라어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목회자와 신학생에게 딱 맞는 주석이다. 특히 강해설교나 시리즈 강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딱이다. 쉽지만 깊이감이 있고 학자들의 논쟁은 필요한 만큼만 다룬다. 한마디로 중급 주석의 최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원어 본문 연구 중심의 균형 잡힌 탁월한 주석이다.
The Gospel according to Luke(PNTC)
저자: James R. Edwards / 2015
책의 두께에 비해 서론은 비교적 짧다(한글판 기준 약 27쪽). 저자, 기록 시기와 장소, 자료 같은 기본적인 서론적 문제들을 다루지만 두 가지 독특하고 흥미로운 내용도 포함한다. 첫째는 초기 기독교 문헌에 나타난 누가복음이고, 둘째는 이단자 마르키온(Marcion)의 누가복음이다. 마르키온은 다른 복음서들을 제쳐두고 누가복음을 선택하면서도 내용 일부를 제거하여 자신의 복음서로 사용했는데, 에드워즈는 약 네 페이지에 걸쳐 이 마르키온판 누가복음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다. 본문 주해는 각 단락의 서론에 이어 한 절 또는 2-3절씩 묶어 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필요한 경우 ‘보론’을 통해 중요한 개념이나 주제를 둘러싼 학자들의 논의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9:51-11:31의 보론에서는 9:51부터 시작되는 누가복음의 중심부가 ‘여행 내러티브’(travel narrative)로 불리게 된 연원을 설명하고, ‘여정’과 ‘길’이라는 메타포를 중심으로 이를 구원의 길로서 예수님의 선교라는 관점에서 정리한다. 깊이 있게 본문을 주해하면서도 목회적인 성격을 잃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갈랜드의 ZECNT와 더불어 또 하나의 ‘꽉 찬’ 중급 수준의 주석이다. 다만 헬라어 본문을 분석하는 집요함에서는 갈랜드가 앞서는 반면, 에드워즈는 좀 더 목회자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경 본문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설교와 성경공부를 준비하는 목회자가 곁에 두고 참고하기에 좋은, 주해적 깊이와 목회적 성격이 균형을 이룬 중상급 수준의 좋은 주석이다.
Luke(NIVAC)
저자: Darrell L. Bock / 1996
이 주석은 대럴 복이 세 번째로 쓴 누가복음 주석이다. 첫 번째는 복의 대표작이자 분량과 내용 면에서 누가복음 주석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두 권짜리 BECNT 주석(1994, 1996)이고, 두 번째는 정반대로 매우 간결하고 실용적인 IVP 주석(1994)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이 NIV 적용주석이다. 서문에서 복은 본문의 역사적 의미인 ‘원래의 의미’(Original Meaning)를 제외한 절반가량을 ‘상황 잇기’(Bridging Contexts)와 ‘현대적 의미’(Contemporary Significance)에 할애했으며, 특히 신학적 함의에서 현재적 적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밝힌다. 하지만 NIV 적용주석 시리즈의 이러한 삼중 구조는 장점이면서 때로는 장애물이 된다고 생각한다. 종종 ‘상황 잇기’와 ‘현대적 의미’가 ‘원래의 의미’와 따로 놀기도 하고, 두 부분이 서로 겹쳐서 왜 굳이 구조적으로 나누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누가복음 서론은 약 20쪽으로 매우 간단하며, ‘왜 누가복음을 읽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누가복음의 구성과 구조, 오늘날의 중요성을 다룬다. 본문은 소단락별로 삼중 구조를 따라 주해하며, 앞선 BECNT에서 제시했던 (1) 어린 시절 내러티브, (2) 사역을 위한 준비, (3) 갈릴리 사역, (4) 예루살렘으로의 여행, (5) 예루살렘이라는 오중 구조를 그대로 사용한다. 중금수준의 실용적 주석임에도 한글판 기준으로 약 830쪽에 이르는 두꺼운 주석이지만 누가복음의 분량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누가복음 주석을 세 번째로 쓰는 누가 연구의 대가가 자신의 방대한 연구에서 핵심만을 뽑아 알기 쉽게 주해하고, 그 의미를 오늘날 어떻게 연결하고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쓴 책이다. 다만 복은 특히 뒤의 두 단계(‘상황 잇기’와 ‘현대적 의미’)에 공을 들였다고 했지만, 이 시리즈 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원래의 의미’에서는 복이 선별한 핵심적인 주해를 충실하게 읽고, 나머지 두 부분에서는 빠르게 읽으면서 필요한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통찰을 선별하여 활용하는 것이 이 주석을 사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두꺼운 벽돌책 두 권으로 이루어진 BECNT에서 복이 말하는 핵심을 한 권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다. ‘원래의 의미’는 핵심이 압축적으로 잘 살아 있으므로 간편하게 참고하고, 뒤의 두 단계에 대한 부분은 선별적으로 활용하면 되는 유용하고 실용적인 중급 수준의 주석이다.
Luke(old TNTC)
저자: Leon Morris / 1974
리들리 칼리지 학장을 지낸 호주의 복음주의 신약학자 레온 모리스가 쓴 중급 수준의 주석이다. 이 책은 2022년 니콜라스 페린(Nicholas Perrin)의 주석으로 대체되기까지 오랜 시간 목회자들에게 사랑받았다. 각 단락에 대한 짧은 설명으로 시작하여 절별 혹은 2-3절씩 본문을 주해하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각주는 많지 않으며, 서론에서는 학자들의 견해를 어느 정도 소개하지만 본문 주해에서는 대부분의 논의가 본문 안에서 이루어진다. 주해는 헬라어 본문의 어휘를 중심으로 한 해설이 주를 이루며 단순하고 명료하다. 서론은 약 70쪽으로 제법 충실하다. ‘저자’와 ‘연대’ 같은 일반적인 서론적 이슈뿐 아니라 ‘신학자 누가’라는 항목에서 누가복음의 여러 신학적 주제들을 제시하며, 공관복음서 문제와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의 관계까지 다룬다. 지난 세대의 복음주의 학자가 쓴 고전적인 주석답게 주해에는 설교적인 특징이 있어서 읽다 보면 은혜를 받게 된다. 다만 이제는 이 주석을 대체할 만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좀 더 세밀한 원문 분석을 원한다면 갈랜드의 ZECNT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간단명료한 주해라면 슈라이너의 ESV 해설주석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누가복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면 최근에 출간된 다른 주석들을 먼저 살펴본 후 필요에 따라 참고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난 한 세대 동안 복음주의 목회자들에게 사랑받았던, 본문 중심의 고전적인 중급 수준 주석이라는 이 책의 가치는 여전히 인정할 만하다.
Luke(Interpretation)
저자: Fred B. Craddock / 1990
크래독은 저명한 설교학자이다. 그는 신약학자가 아닌 설교학자로서 이 주석을 썼으며, 따라서 신약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주석을 쓰는 방식으로 책을 전개하지 않는다. 실제로 크래독은 ‘서론’에서부터 이 책이 설교학자의 주석임을 분명히 밝힌다. 저자, 독자, 연대, 저술 목적과 같은 일반적인 서론적 문제들도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이유인즉 누가복음은 저자인 누가가 자신의 서문(1:1-4)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신 크래독은 설교자로서의 누가를 개관하고, 사도행전과 누가복음의 관계, 다른 복음서들 가운데 누가복음이 차지하는 위치를 다룬 뒤 이 책의 실제적인 사용법을 제시한다. 먼저 성경 본문을 충분히 묵상한 뒤 자신의 해설을 읽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면 참고문헌에 제시된 누가복음 주석과 관련 단행본을 참고하라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절별로 자세한 주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한다. 결국 저자 자신이 말한 대로 이 책은 설교자가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이며, 본격적인 주해가 필요하다면 다른 주석을 참고해야 한다. 이러한 특징을 알고 사용법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기억하라. 이 책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석’이 아니다. 누가복음을 본문으로 설교하는 설교자를 위한 누가복음 ‘설교 가이드북’이다.누가복음의 내러티브 흐름을 살려가는 해설을 따라가면서 곳곳에서 탁월한 설교학자가 던지는 설교적 통찰을 얻으면 될 것이다.
The Gospel of Luke(old NICNT)
저자: Norval Geldenhuys / 1951
원서는 1951년에 출판되었으며, 이후 조엘 그린(Joel B. Green)의 주석으로 대체된 NICNT 구판이다. 레온 모리스의 구판 TNTC와 마찬가지로 지난 세대의 고전적인 복음주의 주석이라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주해의 본문만 읽다 보면 모리스의 주석보다 더 은혜롭게 느껴진다. 주해라기보다는 설교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주해적 분석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어휘적 분석을 비롯한 자세한 논의는 대부분 미주에서 따로 다루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누가복음 내러티브의 흐름을 따라 부드럽고 설교적인 해설을 전개하고, 미주에서는 헬라어 단어와 어구에 대한 어휘적 설명과 관련 학자들의 견해를 다룬다. 특히 헬라어를 음역을 병기하지 않고 헬라어만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헬라어 지식을 가진 독자를 염두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설교적인 본문 해설과 헬라어 본문에 대한 기술적인 분석을 의도적으로 분리해 놓은 주석인 셈이다. 오늘날에는 이 주석을 대신할 만한 주석들이 많이 출간되었기에 먼저 펼쳐볼 책은 아니다. 최근의 주석들을 충분히 검토한 뒤 그저 참고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세대의 복음주의 누가복음 연구와 설교를 책임졌던 고전적인 주석으로서 그 가치는 인정할 만하다. 지난 세대를 책임졌던 고전적 주석에 경의를 표한다.
II. 학문적 주석
Luke 1:1-9:50; Luke 9:51-24:53(BECNT)
저자: Darrell L. Bock / 1994, 1996
고급 수준의 누가복음 주석 가운데 탁월하면서도 가장 균형감 있는 주석이라 할 수 있다. 대럴 복은 세 권의 누가복음 주석을 쓴 누가복음 전문가이며, 이 주석에는 그의 오랜 누가복음 연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론은 한글판 기준 약 70쪽으로, 일반적으로 복음서 서론에서 다루는 항목들을 모두 포괄하며 각각의 논의도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복은 누가복음을 (1) 서두와 어린 시절 내러티브, (2) 사역을 위한 준비, (3) 갈릴리 사역, (4) 예루살렘으로의 여행, (5) 예루살렘이라는 오중 구조로 나누며, 누가복음의 신학은 (1) 하나님의 계획, (2) 기독론과 구원, (3) 새로운 공동체(교회)라는 세 가지로 설명한다. 이처럼 복의 서론은 기본에 충실한 표준적인 서론이다. 다만 누가복음의 신학을 좀 더 자세히 연구하려면 아래(III. 단행본/기타 자료)에서 소개하는 그의 A Theology of Luke and Acts(『누가신학』)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본문 주해는 BECNT의 일반적인 구성을 따라 단락의 서론에 이어 절별로 진행되지만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첫째, 각 단락의 서론 다음에 ‘자료의 원천 및 사건들의 역사적 사실성’(Sources and Historicity)이라는 항목을 두어 자료 문제와 역사적 사실성을 진지하게 다룬다(비평적 문제에 관심을 끈 그린의 NICNT 주석과 대조적이다). 둘째, 단락 마지막에는 ‘요약’(Summary)을 제시하여 앞선 논의를 정리한다. 복은 헬라어 원문의 문법적·어휘적 분석과 관련 학자들의 논의를 폭넓게 다루면서도 고급 수준의 논의를 쉽게 풀어낸다. 이 주석의 가장 큰 강점은 이러한 균형감이다. 복음주의적 입장을 분명히 유지하면서도 역사비평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원문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기존 학자들과 폭넓게 대화하며, 학문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명료하게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처음 눈으로 보게 되면 압도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피츠마이어의 앵커바이블보다도 더 두꺼운 벽돌책 두 권이기 때문이다(한글판 1권 1,391쪽, 2권 1,519쪽). 그러나 누가복음 전문가가 그간 축적한 연구를 총동원하여 저술한 평생의 역작임을 생각하면 이해할 만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분량이나 내용의 깊이에서 이 책을 뛰어넘을 주석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카슨은 이 주석에 누가복음 주석 가운데 ‘최고의 자리’(pride of place)를 부여했다. 감히 단언컨대 2026년 현시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The Gospel of Luke: A Commentary on the Greek Text(NIGTC)
저자: I. Howard Marshall / 1978
NIGTC 시리즈에 속하는 고급 수준의 학문적 주석이다. 한글판은 1983-1984년에 『국제성서주석』 시리즈의 일부로 번역되었다가 오랫동안 절판되었는데, 2023년 알맹e의 『크리티카 성경주석』 시리즈로 다시 복간되었다. 복간판에는 원서 페이지와 색인(index)이 추가되어 연구용으로 사용하기가 편리해졌다. 저자인 하워드 마샬은 (신학교가 아닌) 대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학적 입장이 공존하는 영국의 신학 연구 환경 속에서 활동한 복음주의 학자로서, 자신과 다른 신학적 입장의 학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도 자신의 복음주의적 입장을 견지한다. 이러한 학문적 태도는 이 주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책은 두 권인데 서론이 한글판 기준으로 대략 열 쪽에 불과하다. 마샬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누가복음은 사도행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누가복음만으로 충분한 서론을 쓰기 어렵고 여러 서론적 문제의 답을 사도행전에서 얻을 수 있다. 둘째,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E. E. 엘리스(E. E. Ellis)의 훌륭한 누가복음 서론이 이미 있다. 셋째, 앞에서 소개한 자신의 Luke: Historian and Theologian(『누가행전』)이 상당 부분 누가복음 서론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짧은 서론은 의도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본문 주해에서는 단락에 대한 간략한 설명에 이어 한 절씩 세밀하게 분석한다. 헬라어 어휘와 문법을 기본으로 사회적·역사적 배경을 함께 다루며, 학자들의 논의도 본문에서 적극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마샬이 다양한 학자들과 대화하며 자신의 해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WBC와 마찬가지로 단락별 참고문헌도 제시한다. 물론 1978년에 출간된 책이므로 참고문헌과 학문적 논의에는 불가피한 시대적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출간된 지 곧 50년이 되는 지금도 연구자들이 참고하는 고급 수준의 학문적 주석이며, 누가복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중요한 책이다.
The Gospel according to Luke I-II(Anchor Bible)
저자: Joseph A. Fitzmyer / 1981, 1985
피츠마이어는 저명한 가톨릭 신약학자로서 앵커바이블 시리즈에서 이 누가복음 주석을 포함하여 모두 여섯 권을 집필했으며, 누가복음이 그의 첫 번째 주석이다. 이 주석은 역사비평적 입장에서 쓰였다. 따라서 복음주의 독자들은 연대와 자료 문제를 비롯한 여러 역사적 문제에 비평주의적 전제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의 차이와 별개로 이 주석이 보여주는 학문적 깊이는 상당하다. 무엇보다 서론부터 압도적이다. 한글판 기준 약 380쪽에 이르는 서론은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누가복음 연구의 상황, 누가와 독자, 구성, 언어 및 문체, 사본, 개요, 신학 등을 매우 자세하게 다룬다. 참고문헌도 중요한 장점이다. 서론에서부터 본문 주해에 이르기까지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관련 참고문헌을 제시하여 연구의 좋은 출발점을 제공한다. 본문 주해는 각 단락에 대한 ‘해설’(Comment)에 이어 본문을 절별로 분석하는 ‘주석’(Notes)이 제시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헬라어 본문의 문법과 본문비평적 문제, 역사적·사회적 배경 등을 세밀하게 다루며, 각주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관련 논의가 본문 안에 포함되어 있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본문 해설 자체는 매우 명료하다. 카슨 역시 피츠마이어의 누가복음 주석을 학문적 깊이가 탁월하면서도 명료하고 생동감 있는 걸작으로 높이 평가했다. 누가복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다면 입장의 차이(비평주의적 전제)와 상관없이 반드시 펼쳐보아야 할 고급 수준의 학문적 주석이다. 다만 분량은 압도적이다. 한글판 두 권을 합하면 약 2,647쪽에 이른다.
Luke(WBC)
저자: John Nolland / 1989, 1993
WBC 시리즈의 일반적인 구성을 따라 본문비평과 양식·구조·배경을 먼저 다루고 본문 주해를 제시한 뒤 해설(Comment)로 이어진다. 이렇게 규격화된 구조는 앞서 소개한 NIV 적용주석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 시리즈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특히 WBC는 고급 주석 가운데서도 학문적인 특징이 강하기 때문에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놀랜드의 누가복음도 예외는 아니다. 주해에서는 학자들의 논의를 폭넓게 반영하면서 본문을 세부적인 단위로 나누어 매우 세밀하게 분석한다. 이러한 방대한 분석은 이 주석을 세 권으로 만들었다. 저자인 존 놀랜드는 복음주의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역사비평적 연구의 결과에 개방적인 학자이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주해 곳곳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세례 장면(3:21-22)에서 하늘에서 들려온 말씀들이 초기 기독교의 신앙에 의해 형성된 전승이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역사적 예수에 관한 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신중하게 평가한다. 요나의 표적(11:29-32)에서는 이러한 성향이 더욱 분명하다. 놀랜드는 마태복음의 요나의 사흘과 예수의 죽음과 부활의 연결이 부활 이후에 발전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현재의 복음서 본문 뒤에 역사적 예수의 말씀과 이후 교회의 해석 및 전승의 발전 과정이 있었을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한편 단락별 참고문헌은 특정 본문의 선행 연구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서론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한글판 기준으로 ‘서론’에 이어지는 ‘보론’까지 다 포함해도 약 30쪽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놀랜드는 서론의 문제들이 본문 주해와 분리되어 확정적으로 해결되기 어렵기에 본문을 주해하면서 필요한 만큼 다루겠다고 설명한다(말끔하게 수긍이 되지는 않는다). 본문의 세밀한 분석과 폭넓은 학문적 논의, 단락별 참고문헌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누가복음을 학문적으로 연구한다면 본문 연구 과정에서 반드시 펼쳐보아야 할 고급 수준의 주석이다.
The Gospel of Luke(NICNT)
저자: Joel B. Green / 1997
복음서 전문가인 복음주의 신약학자 조엘 그린이 쓴 고급 수준의 주석으로, 노발 겔든휘스(Norval Geldenhuys)의 이전판을 대체했다. 당시 이 시리즈의 편집장이었던 고든 피(Gordon D. Fee)는 겔든휘스의 주석이 F. F. 브루스(F. F. Bruce)의 표현대로 비평주의적 요소에 대해 ‘건강한 회의론’을 취하는 복음주의 입장에서 쓰였다면, 그린의 주석은 그러한 비평적 이슈 자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그린은 무엇에 집중하는가? 바로 내러티브 분석이다. 이 주석에서 그린의 주된 관심은 누가가 내러티브를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따라서 헬라어 원문과 등장인물, 플롯을 비롯한 내러티브적 요소에는 상당한 에너지를 쏟지만, 기존 학자들과의 대화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다른 학자들은 대체로 그린이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거나 다른 해석을 논박할 필요가 있을 때 주로 각주에서 등장한다. 따라서 이 주석은 복음서 내러티브 연구의 전문가인 그린이 자신의 방법론을 가지고 누가복음 전체를 세밀하게 읽어냈다는 분명한 강점이 있지만, 고급 수준의 학문적 주석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기존 연구와의 폭넓은 대화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런 점에서 카슨 역시 이 주석이 방대하면서도 그 범위는 협소하고 제한적이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한글판으로 약 1,154쪽에 이르는 이 책은 복음서 내러티브 분석의 세계적인 전문가가 자신의 도구를 가지고 누가복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세밀하게 분석한 독특한 고급 수준의 주석이다.
III. 단행본과 기타 자료
What Are They Saying About Luke?
저자: Mark Allan Powell / 1989
한글로는 『누가복음 신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어서 처음 보는 독자는 누가복음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산이다. 이 책이 포함된 시리즈는 한국에서 ‘21세기 신학 시리즈’로 이름 붙여졌지만, 원래 Paulist Press의 시리즈명은 What Are They Saying About ...?이다. 영문 제목이 힌트를 주듯이 이 시리즈의 목적은 해당 성경이나 주제의 신학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싸고 학자들이 ‘무엇을 말해 왔는지’를 정리하고 평가하는 데 있다. 저자인 마크 앨런 포웰은 누가-행전(Luke-Acts), 특히 서사비평(narrative criticism)으로 잘 알려진 신약학자이다(참조. 『서사비평이란 무엇인가』[한국장로교출판사]). 포웰은 저자인 누가, 누가복음의 구성, 누가 공동체의 관심들, 누가복음의 그리스도와 구원, 정치·사회적 문제들, 영적·목회적 관심사라는 여섯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관련 학자들과 저서, 주요 논의를 정리하고 평가하며, 각 영역은 다시 여러 세부적인 연구 이슈로 나뉜다. 책 마지막에는 해설이 포함된 참고문헌 목록(‘더 깊은 연구를 위하여’)도 제시한다. 게다가 매우 간결하다(한글판 기준 약 180쪽). 원서가 1989년에 출간되었으므로 1990년대 이후의 연구를 별도로 보충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20세기 말까지 누가복음 연구에서 무엇이 문제가 되었고 학자들이 어떤 논의를 해왔는지를 한 권에 조망할 수 있다.그래서 나는 이 책을 누가복음 연구자들을 위한 ‘지도’와 같은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포웰은 서사비평을 연구한 학자답게 학자들의 견해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 하나의 이야기처럼 전개한다(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누가복음을 연구하는 신학생과 목회자, 학자는 포웰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누가복음 연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간의 논의의 판을 읽고, 거기에서 출발하여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누가복음의 ‘신학’을 정리한 책이라기보다, 누가복음을 연구한 학자들의 그간 논의의 지형을 읽게 해주는 지도와 같은 책이다.
A Theology of Luke and Acts: God’s Promised Program, Realized for All Nations
저자: Darrell L. Bock / 2012
BTNT(Biblical Theology of the New Testament) 시리즈의 책으로서 한글 번역서는 『누가신학』이지만, 영어 원서명은 A Theology of Luke and Acts: God’s Promised Program, Realized for All Nations이다. 영문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성경신학적 접근으로 누가복음뿐만 아니라 사도행전까지 포괄한다. 성경신학적 접근이라고 하면 신약의 다른 책들과 구약과의 연속성에 집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클링크와 라킷이 『성경신학의 다섯 가지 유형』에서 제시한 대로, 달라스 신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달라스 학파’에 속하는 대럴 복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신학보다는 개별 책 혹은 누가-행전과 같이 동일한 저자의 책들 안에 흐르는 신학을 성경신학으로 정의한다. 미시적 분석을 통해 신학을 도출하는 방식이다.따라서 신약의 다른 책이나 구약과의 연결성 속에서 누가의 신학을 재구성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접근은 아니다. 그렇다고 거시적 차원의 성경신학적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복은 ‘누가-행전의 성경 사용’에서 구약과의 연결성을 분석하고(21장), ‘정경에서의 누가-행전’(22장)에서는 신약의 정경적 맥락에서 누가-행전을 조망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서론적 이슈와 구조를 다루고(1-4장), 가장 긴 2부에서는 누가-행전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장별로 다루며(5-21장), 3부는 누가와 정경 및 결론을 제시한다(22-23장). 마지막 23장에서 복은 누가신학의 여섯 가지 핵심 주제를 제시하는데, 특히 부제에서 밝힌 것처럼 하나님의 계획과 약속의 성취를 강조하며 이 신적 프로그램이 누가-행전의 내러티브를 이끌어 간다고 본다.이 책의 핵심인 2부에서는 누가-행전의 굵직한 신학적 주제들을 깊이 있게 정리한다. 복은 누가신학의 대가이다. 대가의 노련함으로 함축적으로 정리된 각 주제에 대한 그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모든 장은 아니지만 장의 앞부분에 주석, 단행본, 소논문을 아우르는 참고문헌을 제시하여 추가 연구에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여성과 가난한 자, 사회적 차원에 관심이 있다면 17장에서 복의 정리를 읽고 참고문헌을 통해 더 깊은 연구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한글판 약 550쪽으로, 누가-행전의 신학적 주제를 개인적으로 정리하거나 연구하기 위해 처음 펼쳐볼 만한 책이다. 한마디로 누가의 신학을 주제별로 잘 정리해 놓은 탁월한 참고서이다.
Luke: Historian and Theologian
저자: I. Howard Marshall / 1970
한글판은 『누가행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지만 영어 원서명은 ‘누가: 역사가와 신학자’이다. 이 책의 역자이자 마샬의 제자인 이한수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너무 전문적인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출판사에서 좀 더 일반적인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주로 신학생이나 목회자가 읽는 책이고, 무엇보다 원서명이 책의 특징을 더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대로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마샬은 영국의 저명한 복음주의 신약학자로서 자신과 다른 신학적 입장의 학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복음주의적 결론을 제시했던 학자이다. 제목에 아쉬움을 표한 이유는 이 책의 제목이 책의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먼저 마샬은 역사가로서 누가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한다. 당시 비평주의적 누가 연구에서는 누가가 초기 전승들을 자신의 신학적 목적에 따라 재구성한 신학자라는 점은 강조했지만, 그 과정에서 역사가로서의 신뢰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특히 콘첼만을 비롯한 편집비평적 연구에서는 누가의 신학적 편집과 구원사적 구성이 강조되었다. 이에 대해 마샬은 누가가 역사적 전승과 자료들을 충분히 살피고 검증하여 기록한 역사가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누가는 신학자이다. 그렇다면 신학자로서 누가의 중심적인 관심은 무엇인가? 마샬의 대답은 ‘구원’이다.그는 구원 역사(salvation history)가 아니라 구원(salvation) 자체가 누가신학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구원이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연속적인 역사 속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구원사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논의 대부분도 구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4-8장). 결국 책의 제목을 따라 말한다면, 마샬은 한편으로 누가를 신뢰할 만한 역사가로 회복시키고, 다른 한편으로 신학자로서 누가의 중심적인 관심을 ‘구원’에서 찾는다.마지막 9장에서는 이 역사가와 신학자를 종합하여 누가를 ‘복음전도자’(evangelist)로 제시한다. 책 마지막에는 누가 연구의 상황을 정리한 부록도 수록되어 있어 당시까지 저자, 역사성, 종말론, 기독론, 사회·정치적 이슈 등에 관한 주요 논의와 누가복음 주석에 대한 마샬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부록은 앞에서 소개한 포웰의 『누가복음 신학』과 함께 읽으면 20세기 누가 연구의 지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970년에 출간된 오래된 책이지만, 역사가로서 누가의 위상을 회복하고 신학자로서 누가의 중심적인 관심을 ‘구원’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복음주의 누가 연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고전적인 연구서이다.
The Theology of the Gospel of Luke
저자: Joel B. Green
누가신학에 대한 복음서 전문가의 요약 정리와 같은 책이다. 총 여섯 장으로 구성되는데, 1장은 누가의 배경이 된 세계를, 2장은 하나님의 계획, 3장은 메시아이시고 주님이신 구주 예수 그리스도, 4장은 선교와 구원, 5장은 제자도를 다룬다. 이렇게 누가복음의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을 큼직하게 장으로 구성한 뒤 세부적인 주제들을 하위 항목에서 다룬다. 예를 들어 5장 ‘제자도’에서는 기도와 찬양, 하나님 나라의 경제, 평등한 공동체(교회) 등의 주제를 다룬다. 본문은 해당 주제에 대한 그린 자신의 설명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주요 학자나 저술과의 논의는 대부분 각주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린의 책을 읽어본 독자는 알겠지만, 본문을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한글판 약 268쪽으로 분량도 많지 않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마지막 6장 ‘교회 안의 누가복음’에서는 몇 가지 누가신학의 주제를 오늘의 현실에 적용한다. 다만 앞선 논의를 종합하거나 심화하는 결론이라기보다는 저자가 선택한 몇 가지 주제를 오늘의 상황과 연결하는 정도이다. 이 책은 누가신학 입문서이다. 얇고, 이해하기 쉬우며, 누가복음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도 거의 포함되어 있다. 학자들의 논의는 주로 각주에서만 다루기 때문에 누가 연구를 둘러싼 학문적 논의가 궁금하다면 앞에서 소개한 포웰의 『누가복음 신학』을 함께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복음 본문의 신학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려는 독자에게는 좋은 입문서이다. 다만 한글판은 현재 절판되어 있어 구하기가 어렵다.
The Theology of the Gospel of Luke(NTT)
저자: Benjamin L. Gladd
벤자민 글래드는 미국 리폼드신학교(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의 신약학 교수로서 최근에는 Handbook on the Gospels를 저술한 복음서 학자이다. 이 책의 부제는 ‘구유에서 태어나 왕좌에 앉은 예수’로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임하는 하나님 나라라는 책의 중요한 관심을 잘 보여준다. NTT 시리즈의 형식을 따라 누가복음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각각 하나의 장으로 다루는데, 글래드는 (1) 위대한 반전, (2) 하늘과 땅에 평화, (3) 이스라엘, 이방인, 이사야서의 종, (4) 생명의 길, (5) 마지막 아담의 승리, (6) 인자의 통치와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 (7) 희년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를 선택한다.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분명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누가복음 신학의 중요한 논점들과 이에 대한 학자들의 논의를 충실하게 소개한다. 예를 들어 1장 ‘위대한 반전’에서는 마리아와 시므온의 찬양에서 예고되고 예수님의 생애에서 확인되는 전복(reversal)을 다루며, 4장 ‘생명의 길’에서는 새로운 출애굽 모티프(new exodus motif)를 다루면서 데이비드 파오(David Pao)의 논의를 소개한다. 또한 ‘희년’을 하나의 신학적 주제로 다룬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하나님의 주권적 계획, 제자도, 소외된 자들을 향한 관심과 같은 중요한 주제들이 별도의 장으로 다루어지지 않아, 누가복음 신학 전반을 골고루 보여주기보다는 저자의 관심을 따라 일곱 가지 주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쉬움은 이 책의 서론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왜 이 일곱 가지 주제를 선택했으며 각각이 어떤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하나의 누가신학을 구성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NTT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대체로 그렇게 하는데 말이다). 서론은 누가복음의 구조와 흐름을 설명하는 것으로 마치기 때문에 결국 일곱 가지 주제를 하나로 묶어 주는 ‘서론’이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각각의 장은 그 자체로 충분히 유익하며, 책 전체에서 일관되게 예수님이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왕이심을 밝히는 데 집중한다. 따라서 누가복음 신학을 이 책 한 권으로 정리하기보다는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골고루 다루는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그 다음에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읽는다면 글래드가 선택한 일곱 가지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누가복음 신학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Jesus, Politics, and Society: A Study of Luke’s Gospel
저자: Richard J. Cassidy / 1978
사회적·정치적 맥락에서 누가복음을 분석한 고전적인 연구서이다. 저자인 리처드 카시디(Richard J. Cassidy)는 누가-행전의 사회·정치적 차원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 온 신약학자이다. 1장에서는 신학자이자 로마제국의 역사가로서 누가를 다루고, 2-3장에서는 당시의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을 분석한다. 이어서 4장은 예수님과 정치 지도자들의 관계를, 5장은 예수님의 재판과 죽음을, 마지막 6장은 ‘예수님은 로마제국에 위협적인 존재였는가?’라는 질문을 다룬다. 부록도 상당히 풍성하여 로마의 정치적 상황과 헤롯 가문, 인구와 경제를 비롯한 사회적 상황, 유대교의 다섯 집단 등을 다룬다. 이 책에서 카시디가 논쟁하는 중요한 대상 가운데 하나는 콘첼만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해석이다. 카시디는 누가가 예수님을 로마의 정치질서에 순응적인 인물로 제시했다는 콘첼만의 해석에 반대한다. 비록 예수님은 폭력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하셨지만, 그분의 가르침과 행동은 현존하는 사회·정치적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었으며, 따라서 로마제국의 관점에서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6장에서 카시디는 예수님의 비폭력적 태도를 간디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발전시킨다. 따라서 카시디가 그리는 누가복음의 예수님은 비폭력적이고 평화를 추구하지만 동시에 기존 사회·정치적 질서에 도전하는 체제 전복적 인물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후 누가-행전의 정치적 성격을 둘러싼 논의에서 중요한 하나의 입장이 되었으며, 카시디의 주장을 중심으로 찬반 논쟁도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의 반제국주의적 읽기가 활발해지기 훨씬 전부터 누가복음을 로마제국의 사회·정치적 현실 속에서 읽어낸 선구적인 연구라 할 수 있다. 누가복음의 사회·정치적 의미를 연구한다면 여전히 확인해야 할 고전적인 책이다. 이 책이 제기한 논의의 지형에 대해서는 앞에서 소개한 포웰의 『누가복음 신학』도 함께 참고하면 좋다(한글판 119쪽을 보라). 한글판은 1983년에 『예수·정치·사회: 누가복음 연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지만 현재는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다.
Luke’s Case for Christianity
저자: R. E. O. White / 1987
누가복음의 서론과 신학을 평신도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인 화이트는 영국의 여러 지역에서 목회했고 스코틀랜드 침례신학대학에서 가르쳤던 학자로서, 글 자체가 성도를 배려하는 목회자의 강의처럼 느껴진다. 한글로는 1995년 『누가신학연구: 기독교에 대한 누가의 변증』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부제인 ‘기독교에 대한 누가의 변증’이 원서의 제목인 Luke’s Case for Christianity에 해당한다. 이 책은 한글 제목처럼 누가복음의 신학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저자와 독자, 누가의 서술 방식, 예루살렘을 향한 긴 여정 같은 서론적 내용과 함께 하나님 나라, 회개와 구원, 소외된 자들에 대한 관심 등의 주요 신학적 주제들을 다룬다. 정리하면 우리가 통상 ‘개론’이라고 부르는 내용과 누가복음의 신학을 잘 버무린 책이며, 이 모든 내용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 바로 ‘기독교에 대한 누가의 변증’이다.특히 마지막 11장에서 화이트는 교회가 누가복음이 제시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 세상은 교회가 전하는 ‘누가의 변증’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외침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이것이 이 책의 독특성이다. 한마디로 누가복음의 서론과 신학을 ‘누가의 변증’이라는 주제로 설명한 목회자의 평신도를 위한 강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는 좋은 신약개론서도 많고 누가복음 신학에 대한 쉬운 책도 있지만, 30여 년 전 영국 교회를 향했던 화이트의 외침은 오늘날 한국 교회를 향해서도 여전히 울림을 준다.